'89일의 대장정' 2016. 부산 비엔날레 폐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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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일의 대장정' 2016. 부산 비엔날레 폐막
  • 이윤영
  • 승인 2016.12.04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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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 시각 아닌 아시아적 시각으로 바라본 현대미술 제시하며 의미 남겨

(서울=CIBS) 이윤영 기자 = ‘혼혈하는 지구, 다중지성의 공론장’을 주제로 개최된 2016. 부산비엔날레가 9월 3일부터 11월 30일까지 23개국 121명(팀) 316점의 작품들을 선보이며, 89일간의 대장정을 끝으로 화려하게 폐막한다.

10회를 맞은 2016. 부산비엔날레는 서구의 시각을 답습하지 않고, 아시아적인 시각에서 현대미술사에 새로운 전환점을 제시했다.

부산비엔날레만의 청년성과 역동성 보여준 10번째 현대미술 축제

올해는 부산비엔날레의 전신이 된 부산국제아트페스티발(Pusan International Contemporary Art Festival, PICAF) 이 후, 10번째 부산비엔날레가 개최된 해다.

부산비엔날레의 출발은 1981년 개최되었던 부산청년비엔날레로 거슬러 올라가, 이는 지역 미술인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비엔날레라는 점에서 여타의 비엔날레와 차별성을 가졌다.

또한, 부산비엔날레는 부산청년비엔날레, 바다미술제, 부산국제야외조각심포지엄이 하나로 합쳐진 독특한 형태의 비엔날레라고 할 수 있다. 부산비엔날레는 요트경기장, 놀이공원 등 색다른 전시 장소를 과감하게 선택하고 청년성과 실험성, 역동성을 보여주며 정체성을 확립했다.

이번 2016. 부산비엔날레는 이러한 부산비엔날레만의 고유한 정체성과 색깔을 보여주며 큰 성공을 거두며, 특히 지난 2014년 대비 33% 상승한 총 32만여명(11월 29일 기준)의 관람객을 동원하며 성황리에 폐막하여 10회째를 맞은 세계적인 미술축제로서의 저력을 보여줬다.

본전시와 특별전의 개념을 탈피하고 Project 1, 2, 3으로 구별하여 서로 유기적인 작용을 하도록 하고, 현대미술을 아시아적 시각으로 주목한 점은 이번 비엔날레를 성공으로 이끄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Project 1, 한‧중‧일 3국의 자생적 아방가르드를 집중 조망하다.

2016. 부산비엔날레는 초기 기획 단계부터 서구의 시선을 답습하여 현대미술을 바라보지 않고, 아시아적 시선을 담아내고자 했다.

이러한 의미에서 Project 1은 단순한 아카이브형 전시를 넘어 새로운 담론을 형성하며 미술사에 의미를 남겼다고 할 수 있다. 현대미술사에서 주목 받지 못했던 동아시아 3국의 아방가르드 미술을 반추하여, 형식과 내용적인 면에서 재탐구하는 기회를 마련됐다.

Project 1 주제 ‘an/other avant-garde china-japan-korea’에서 ‘an’은 아방가르드의 전위 정신은 하나일 수 있다는 의미하며, ‘other’는 전위정신은 하나일 수 있으나, 한·중·일 3개국의 예술이 당시에 처한 상황과 형식은 저마다 다름을 의미한다. 글로벌 비엔날레 시스템이 도입되기 이전, 한‧중‧일 아시아 3국의 자생적으로 생겨난 아방가르드를 주제로 한 최초의 전시인 만큼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며, 한국의 경우, 형식주의 모더니즘과 사회적 리얼리즘의 거대 담론에 가려져 주목 받지 못했던 한국의 아방가르드를 총망라하여 선보였고(큐레이터 김찬동), 중국은 1976년 문화대혁명이 끝난 후의 중국 내 격변기에서 생겨난 작품들을 선보였다.

(큐레이터 구어샤오옌) 일본은 한 차례 소멸되었다가 ‘그라운드 제로’ 이후 재편성 된 아방가르드 미술을 집대성하여 공개해 (큐레이터 사와라기 노이, 타테하타 아키라, 우에다 유조) 9월 2일에는 각국의 큐레이터 들이 참여한 학술프로그램이 진행되기도 했다.

10월 28일과 29일에는 한국아방가르드에 대해 논하는 학술심포지엄과 한국 섹션의 참여 작가들과 함께하는 토크가 각각 진행하며, 이를 통해 아시아 3국의 아방가르드에 대해 다시 논의해보는 공론장을 형성하고 우리가 미쳐 알지 못했던 아시아 3국의 아방가르드를 확인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Project 2, 새롭게 탄생한 공간인 F1963에서 화이트 큐브 공간 탈피한 전시로 큰 호응

윤재갑 전시감독이 기획한 Project 2는 ‘혼혈하는 지구, 다중지성의 공론장’을 주제로, 23개국 56명(팀) 작가들이 168점을 선보였다.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이 폐공장이었던 F1963(고려제강 수영공장)과 만나 ‘비엔날레’다운 전시를 만들어 냈다.

화이트 큐브를 벗어난 날 것 그대로의 전시장은 관람객을 비롯하여 미술 관계자, 전문가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선사하며 현대미술의 정수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으며, 짧은 준비 기간 안에 전시장과 전시 둘 다 성공적으로 준비하며 대중들과 미술관계자들의 예상을 뒤엎었다.

공장의 투명한 슬레이트에서 내리는 자연광과 콘크리트 바닥, 출품 작품들의 배치와 영상 소리가 한데 어우러지며 완벽한 공간 연출을 이루어내, 말 그대로 ‘혼혈하는 지구’를 만날 수 있었다. 이이남 작가는 VR기술을 도입과 동시, 구글의 틸트 브러쉬와 접목한 세계 최초의 작품을 선보여 관람객에게 많은 호응을 얻었다.

프랑스의 오를랑은 방한하여 작가 토크에 참여했을 뿐만 아니라 누구나 작품의 일부가 될 수 있는 증강현실 스마트폰 어플을 함께 선보여 많은 참여를 이끌어 냈다. 네덜란드 작가 조로 파이글의 <양귀비>와 폴란드 작가 조아나 라이코프스카의 은 F1963의 높은 천장에 설치되어 웅장함을 뽐냈다.

국내 작가 권순관, 이세현, 최성록 작가의 작품도 한국 현대사회의 문맥을 담아내며 다양한 연령층의 눈길을 끌었다. 대중-다중-인공지능, 자연-인류-비인류가 공존하고 대립하는, 인류의 새로운 터전이 된 혼혈하는 지구를 표현한 Project 2는 전문가 층뿐만 아니라 일반 관람객에게도 크게 환영받았다

기간 중에는 정부기관을 비롯하여 리버풀비엔날레, 발틱 현대미술 센터, MoMA 관계자 등 해외 권위 있는 미술기관에서의 방문도 끊이지 않았다. 특히, 리버풀비엔날레를 비롯한 해외 기관들과 향후 협업관계 구축에 대한 실질적인 논의가 진행되어 앞으로의 부산비엔날레의 전망도 밝다. ​폐공장에서 새로운 복합문화공간으로 태어난 F1963에서 진행되었던 Project 2의 전시는 어렵게만 느껴졌던 현대미술의 선입견을 깨고 현대미술의 실험성을 보여줌과 동시에 대중화를 이뤄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수영강 건너의 센텀시티에 비해 상대적으로 발전이 취약한 전시장 일대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도시 재생의 효과를 극대화 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문화적 자산을 만들고 예술로 풍성한 삶을 만들고자 하는 부산비엔날레의 지향점과도 일치한다.

Project 3, 다양한 장르의 부산지역 예술인들 포용하며 지역 문화계 활성화 견인

매주 토요일과 공휴일을 중심으로 개최되었던 Project 3의 다채로운 공연과 교육 프로그램은 전시와 연계하여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제공하며, 시민들로 하여금 현대미술에 한 발짝 더 다가가게 되는 계기를 만들었다.

부산지역 예술인들이 참여한 ‘채널B’는 매주 주말에 F1963 중정에서 무료로 개최되어 대중들과의 소통 창구를 확대하며, 뿐만 아니라 여러 예술인들에게 활동의 기회를 제공하여 지역 문화계의 활성화를 만들어내고자 했다.

음악, 댄스, 국악, 클래식, 연극 등 현대예술의 다양한 장르를 선보이며 관람객들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또한, 주말마다 진행되었던 가족 워크샵은 가족단위의 관람객들에게 미술을 직접 경험해보는 새로운 경험을 선사해, 평일과 주말에 진행된 도슨트 프로그램은 전시의 이해도를 높였다.

참여 작가들이 즐겨먹는 음식의 레시피를 직접 받아 셰프들이 현장에서 요리한 음식을 먹을 수 있었던 ‘아티스트 인 더 키친’도 관람객들에게 미각적으로 풍부한 경험을 제공하며, Project 3은 워밍업 파티(2회)와 미술주간 특별행사(1회), 채널B 공연(17회)과 특별 공연(2회), 학술프로그램(6회), Project 1 참여 작가 아이다 마코토(일본)와 함께한 특별 교육 프로그램(1회) 등 기간 중 총 29회의 행사를 진행하여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며 행사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세계적 기업 구글과의 협업을 통한 온라인 상의 ‘다중지성의 공론장’ 시작

2016부산비엔날레가 폐막하는 11월 30일 이후에도, 전 세계 어디서나 구글 아트 앤 컬처 (Google Arts & Culture)의 웹과 모바일을 통해 부산비엔날레를 접할 수 있다.

이번 협업은 구글 컬처럴 인스티튜트(Google Cultural Institute)와 몇 개월에 걸쳐 진행되며, 특히, 구글의 360도 뮤지엄뷰 기술을 Project 2가 개최된 F1963에 적용하여 현장감을 그대로 재현해낼 예정이다.

11월 30일 공개될 2016부산비엔날레의 뮤지엄뷰를 활용하면 관람 동선에 따라 작품의 세밀한 부분까지 관찰할 수 있어 실제 전시장에 온듯한 느낌을 준다. 조직위는 전시기간 중에도 구글 컬처럴 인스티튜트와의 협업을 통해, 현장에 부스를 설치하여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하고 일부 출품 작품들을 온라인 상에서 무료로 공개했다.

윤재갑 전시감독과 큐레이터 3인(중국의 구어샤오옌, 일본의 사와라기 노이, 한국의 김찬동)의 생생한 인터뷰도 함께 볼 수 있어, ‘다중지성의 공론장’은 끝나지 않고 온라인에서 계속해서 이어질 예정이다. 이를 통해 일회성 전시로 끝나는 비엔날레 전시의 한계를 극복하고, 세계 유수의 전시들과 함께 아카이브로 구축될 예정이다.

관람객들과 가까이에서 소통하며 축제의 장 형성

2016. 부산비엔날레는 무엇보다 관람객들의 참여가 빛났다. 전시 초반 부산지역 초‧중‧고등학교 미술교사 초청설명회를 열어, 부산지역 학생들과의 소통을 적극적으로 시도해왔으며, 이에 기간 중에 단체관람이 끊이지 않았다.

전시장 입구에는 ‘내가 생각하는 혼혈하는 지구’에 대해 직접 적어보는 참여월을 제작하여 다양한 생각들을 공유해 부산 출신의 연기자 태인호씨가 QR코드를 통해 들을 수 있는 작품 설명에 참여하여 친숙함을 더했다.

한국조형예술고등학교, 울산예술고등학교 등을 비롯한 100여개의 초, 중, 고등학교의 학생 단체와, 홍익대학교, 한국예술종합학교, 국민대학교, 건국대학교, 동덕여자대학교, 충북대학교, 경북대학교, 부산대학교, 동아대학교 등을 비롯한 50개가 넘는 대학생 단체가 전국 각지에서 다녀가 생생한 교육의 현장이 됨과 동시에 현대미술의 최전선을 직접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또한, 부산비엔날레 관람객들이 자발적으로 올린 사진들은 SNS 상에서 또 다른 공론장을 형성하며, 인스타그램에서 1만여 개의 게시글이 생성돼 이를 통해 입소문이 형성되어 많은 방문객들이 전시장을 찾았다.

다양한 연령의 사람들로 구성된 ‘서포터즈’를 선발하여 시민들에게 직접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소통의 장을 마련했다.

또 다른 시작, 새롭게 태어난 조각 프로젝트 12월 ‘첫 단추’

한편, 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 집행위원장 임동락)는 2016부산비엔날레의 폐막과 함께 오는 12월 부산 수영구의 수영강변에서 ‘조각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수영강변 일원 문화예술환경 조성사업’을 시작한다.

‘조각 프로젝트’는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유형의 예술적 자산을 남기기 위한 프로젝트로, 부산비엔날레 출범 이후 2008부산비엔날레까지 전시의 한 부분을 차지했던 고유의 프로그램이다. 조직위는 세계적인 사이버네틱스 조각의 선구자 니콜라스 쉐퍼(1912~1992, 프랑스)의 작품 을 프랑스 정부로부터 위탁 받아 부산에 설치한다. 은 빛을 이용한 14m에 이르는 키네틱 작품으로, 사물과 공간, 공간과 시간, 빛과 그림자 사이의 역동성을 보여준다.

이번 프로젝트는 한불수교 130주년 공식인증 사업의 일부이기에 문화 교류로서의 의미도 크다고 할 수 있다. 니콜라스 쉐퍼의 작품 설치를 시작으로 조직위는 12월 17일 제막식을 개최, 본격적인 조각 프로젝트의 시작을 알릴 예정이며 내년 4월까지 수영강변 일대에 국내외 유명 작가의 작품 5점을 추가로 설치하게 된다. 이에, 시민들은 수영강변을 따라 예술 작품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대포해수욕장, APEC나루공원, 아시아드조각공원, 을숙도조각공원 등 부산 지역 곳곳에 예술품을 설치하여 도시 재생에 공헌해 온 조직위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수영강변을 거니는 시민들에게도 문화예술 향유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한편, 조직위는 2016부산비엔날레의 폐막과 함께 2017년 바다미술제 준비 체제에 돌입한다.

cibspress@gmail.com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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